철학과 과학사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중심을 옮겨간 고대철학
서양 고대 철학의 제1기는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5세기 중엽까지를 말하며 이 시기를 '자연 철학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때의 철학자들은 자연의 근본 물질이 무엇인지, 자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번개가 치는 자연 현상에 대해 "신이 화가 났다."라고 미신적으로 풀이하는 대신 합리 적으로 추리해 그 원인을 밝히고자 했던 것입니다. 제2기는 기원전 5세기 중엽부터 기원전 4세기 후반까지를 말하며 인간이 철학의 주요 관심사였던 시기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에는 주위의 사물이나 사람에게 관심을 갖다가 차츰 자기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는 것처럼, 자연에 관심을 쏟던 인간이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3기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기원전 32년부터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명령으로 아카데미아가 폐쇄된 529년까지입니다. 이 시기의 철학을 '헬레니즘-로마 시대의 철학'이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요. 당시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이 시기였기 때문에 개인의 처신에 관한 윤리학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내세를 지향하는 종교적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자연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주장, 자연철학의 시대
자연의 근본 물질은 무엇일까? 이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무엇으로부터 생겨났을까?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탈레스는 물에서 찾았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에서,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에서 찾았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수"라는 형상적 원리로 이 세계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이
세계는 움직이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엘레아 학파도 등장했습니다. 자연의 근본물질이 하나의 원소가 아니라 여러 개의 원소라고 주장한 철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만물의 종자라고 주장했고 테모크리토스는 무수한 원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물이 세상의 근원이라고 주장한 이오니아학파 탈레스
기원전 6세기경 이오니아 지방에서 활동한 그리스 철학자들을 통틀어 이오니아학파라고 부릅니다. 대표적 철학자로는 탈레스, 아낙시 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헤라클레이토스가 있습니다. 어느 날, 탈레스가 별을 관찰하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트라키아의 한 하녀가 "자기 발밑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면서 하늘의 일을 알려고 한다."라며 그를 비웃었습니다. 흔히 철학자를 괴상망측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거나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행동은 놀랄 만큼 서툴러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철학자는 보통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는 것이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 세계의 처음은 언제이고 그 끝은 어디인지,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엇인지,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등을 탐구합니다. 진리가 무엇이고, 선이 무엇이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습니다. 비록 웅덩이에 빠지기는 했지만 탈레스는 그림자의 길이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했고, 육지의 두 관측 지점에서 바다에 떠 있는 배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고 전합니다. 오늘날 트라키아의 하녀 이름은 전해지지 않지만 탈레스는 최초의 철학자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현대 역사가는 "그리스 철학은 기원전 585년 5월 28일에 시작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탈레스는 이날 일어날 일식을 예언하고 나아가 일식을 정확하게 계 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5월 28일에 실제로 어둠에 휩싸였고 이 일로 그의 명예는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오늘날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 볼리는 탈레스는 세계를 이루는 근본 물질을 물로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물은 모든 생물의 씨와 영양분 속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체도 물이 없으면 얼마 가지 못해 죽고 말 것입니다. 두 번째로, 물은 그 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바다이고 어떤 바다는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보다 깊습니다. 그리고 물은 액체, 기체. 교체로 모양을 바꾸며 지구의 날씨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물이 사람 몸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배속에 있는 태아는 바닷몰과 비슷한 성분의 양수에 둘러싸여 자라기 시작합니다.
만물의 근원은 아페이론(apeiron)이다. 아니다 공기이다. 두 철학자의 주장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후계자입니다. 그는 불확정적이고 무한정한 아페이론(apeiron)이 아르케, 곧 만물의 근본 물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페이론은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불생불멸 하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시무종, 결코 죽지 않는 불시의 신적인 성질을 지녔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자인 아페이론으로부터 차고 더운 것, 건조하고 습한 것이 분리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아페이론을 자연 철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인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본 물질이 공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공기를 생명의 원천으로 보고 신적 존재와 같다고 여겼습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뭉치거나 헤쳐지면 자연현상이 변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뭉치면 차가운 성질의 바람, 구름, 흙, 돌 등이 된다고 보았고, 공기가 흩어지 면 뜨거운 성질의 불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에 영혼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숨을 쉴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구분되므로 공기는 생명과 동일시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기=생명, 생명=영혼'이라는 전제로부터 `공기=영 혼이라는 등식이 나오게 됩니다. 이오니아학파 가운데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를 "밀레투스학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세 명의 철학자가 모두 밀레투스 출신이라서 붙은 명칭이지요. 밀레투스는 이오니아족이 건설한 12개 의 도시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던 도시입니다. 현재는 터키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밀레투스학파는 모든 선입관을 버리고 자연 과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근 본 원리로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인 헤젤과 마르크스가 각기 ' 정신'과 '물질'로 인간과 자연과 역사를 설명했듯이, 결국 철학 이란 하나의 원리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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