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로 행하라, 선의지
칸트는 "이 세계 안에서, 더 넓게는 이 세계 밖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선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선을 행하고자 하는 순수 한 동기에서 나온 의지, 즉 선의지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선의지가 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행위는 선이요. 반대로 선의지가 없었다면 침착성, 인내심과 같은 기질상의 장점이나 부, 명예, 권력 등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게 될지라도 그것은 금방 악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침착한 도둑이 그렇지 않은 도둑보다 더욱 가중스럽디는 것이나 전력을 악하게 사용하다가 집안의 재산을 모두 쓰고 몸을 망치는 것과 같습니다. 선의지는 그 자체로 보석처럼 빛나고 그 안에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칸트는 의무를 존중했습니다. 의무와 대립되는 것은 습관적인 감성적 욕망을 뜻하는 경향성이라고 합니다. 칸트는 그때그때의 기분에 휘둘리면 안 되고 어디까지나 의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무여, 숭고하고도 위대한 이름이여!
너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너에게 복종하기를 요구한다."
도덕 법칙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실천 이성 비판
칸트는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감탄과 공 경하면서 두려워함, 즉 외경으로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 은 내 머리 위에 펼쳐진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이다."라고 하면서 엄연한 이성의 사실로서 도덕 법칙이 존재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사실'에는 매우 무서운 뜻이 담겼습니다. 판사가 피의자에게 형을 선고할 때 지문이나 혈흔과 같은 '사실'을 들이대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벌어지는 '경험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이성적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양심'과 같은 뜻을 지니는 도덕 법칙입니다.
칸트의 도덕 법칙은 "너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정언 명령으로 나타납니다. 정언 명령은 특정한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명령이라고도 합니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써 타당하도록 행동하라!'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준칙이란 주관적인 행위의 규칙을 말하고, 보편적 입법의 원리란 객관적인 행위의 규칙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정언 명령은 자신의 주관적인 행위의 규칙이 객관적인 행위의 규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관적으로 옳다고 다 옳은 것이 아니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만 옳은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신은 존재한다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불행을 겪고 악한 사람이 복을 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불멸과 신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먼저 영혼의 불별이 전제되는 근거를 살펴볼까요? 우리는 최상선(인간의 의지가 도덕 법칙과 완전히 일치하도록 하는 마음의 선)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 법칙을 향한 무한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육체가 없어지더라도 의지의 주체인 영혼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영혼의 불멸을 전제해야 합니다. 영혼이 불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덕 법칙을 향해 무한히 노력하기 위해 서는 영혼이 불멸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의 불멸을 전제로 해서 최상선이 실현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이것을 행복과 연결시킬 수 없습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선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도록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덕이 곧 행복이 되도록 하는 전지전능한 존재, 즉 신의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이 도덕적으로 생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의 마음속과 행동을 빠짐없이 살피고 그에 합당한 상 벌을 내릴 수 있는 신이 존재해야 합니다. 신이 존재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의 도덕적 삶을 위해서는 신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의 불멸과 신의 존재는 인식하는 능력인 이론 이성이 아니라 도덕 법칙에 따르는 능력인 '실천 이성'에 의해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는 이론 이성에 대한 실천 이성의 우위를 주장했습니다.
이후 칸트는 [영구 평화론에서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법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정규군을 점차로 폐지해 나가야 한다.", "어떤 국가도 폭력으로 다른 나라의 정치 체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영구 평화론에서 "국제법은 자유로운 모든 국가의 연맹을 토대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연맹이나 국제 연합과 같은 국제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일찍이 힘주어 말한 것입니다.
산책을 너무도 좋아한 칸트, 그의 유명한 일화
"이웃 사람들은 회색 연미복을 걸친 칸트가 스페인제 스틱을 들고 대문을 나서 '철학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보리수가 늘어선 길을 산책하는 것을 보고 그때가 바로 오후 3시 30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칸트는 사계절의 어느 때나 똑같은 산책로를 아래위로 여덟 번 거닐었다. 흐리거나 먹구름이 끼어 곧 비가 내릴 듯한 날에는 하인이 큰 우산을 팔 밑에 끼고 그의 뒤를 총총걸음으로 쫓아갔다."
칸트의 전기를 쓴 작가가 그의 산책에 대해 묘사한 내용입니다. 칸트는 나이가 많아져 산책이 힘들 때까지 루소의 '에밀'을 읽는 며칠을 빼고는 한 번도 산책을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한 귀족이 칸트를 마차 산책에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이 산책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밤 10시경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칸트는 이 경험을 하고 난 후 새로운 생활 규칙을 하나 정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의 마차 산책에도 절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과하게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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