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중심의 고대철학의 시즌2
서양 고대 철학의 제2기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리스의 패권을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아테네로 사람과 물자가 몰려들기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생활이 넉넉해지자 철학이 한층 더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 철학 대신 인간의 문제, 특히 인간 정신의 문제가 주요 주제로 다루어졌습니다. 자연에 관심을 쓰던 철학자들이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 철학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제2기는 '인성론의 시기'와 '체계의 시기'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인성론의 시기에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가 활동했고, 체계의 시기에는 철학의 체계를 세우고자 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습니다.
고도의 지성인인지, 궤변론자인지 헷갈리는 소피스트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문화 번영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의회와 재판소에서 정확하고 유창하게 의사를 전달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지식인들이 소피스트(sophis) 입니다. 이 들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말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피스트라는 명칭은 '지혜로운 자'라는 뜻이며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포스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대표적인 소피스트로는 프로타고라스와 고르기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둔 프로타고라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판단은 인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디는 뜻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진리의 기준을 사물에 둡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분필의 색깔이 항상 하얗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황달에 걸린 사람의 눈에는 분필이 노랗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하얗게 보일 것입니다. 프로타고라스의 주장에 따르면 건강할 때는 하얗게 보이는 것이 진리고, 황달에 걸려 있을 때는 노랗게 보이는 것이 진리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진리의 기준은 사물이 아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회의주의 사상의 중심이 된 고르기아스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적사상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첫째,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주관적 착각일 뿐 모든 것은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둘째, 존재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인간이 아는 것은 전체 지식의 매우 작은 부분이고 그것마저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셋째, 존재하는 것을 알 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완전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소피스트는 엉뚱한 주장을 하는 궤변론자에 불과할까?
우리는 보통 누군가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면 "궤변을 늘어놓지 마라! "라고 꾸짖곤 합니다. 우리는 소피스트를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궤변론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소피스트를 이렇게 부르는 까닭은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소피스트는 객관적 가치를 기준으로 진리와 정의를 관단하는 것을 부인했습니다. 그들은 진리는 강자의 편이고, 정의는 승자의 전리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둘째, 소크라테스는 보수를 받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쳤지만 소피스트들은 교육의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받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돈에 집착하는 교사를 좋게 보지는 않지요.
하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자료를 살펴볼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소피스트에 관한 자료의 대부분은 플라톤의 저작에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보다는 소피스트들을 더 부정적으로 그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피스트가 부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소피스트는 철학의 주요 주제로서 인간을 다루었습니다. 자연에 쏠렸던 관심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인간에게 눈을 돌린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다."라는 프로타고라스의 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둘째, 고르기아스는 회의주의적 사상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보여 주였습니다. 그는 인간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 수 있는지, 인식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고민했습니다.
셋째, '도덕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있는가?'에 대한 윤리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토막상식, 라파엘로의 명화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사람들
1510년에 라파엘로가 완성한 <아테네 학당>에는 많은 철학자가 등장합니다, 총 54명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철학자와 천문학자, 수학자 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만물의 근본이 붙이라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입니다. 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대리석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모습은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본 떠 그렸다고 전해집니다. 수가 우주를 지배한다고 주장한 피타고라스도 있습니다. 왼쪽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책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피타고라스입니다. 그가 왠지 입체 도형을 그리고 있을 것 같은 모습입니다. 피타고라스 주변에는 만물이 물, 불, 공기, 흙의 네 원소로 이루어진다고 본 엠페도클레스가 있습니다. 의연히 독배를 들고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도 보입니다. 앞머리가 벗겨진 그가 플리톤의 옆쪽에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라파엘로의 그 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아테네 학당"은 상상화입니다. 하지만 앞서 알아본 철학자들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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