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그 관심을 옮겨온 근세의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시대를 지나, 자연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철학 역시 기존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사상과 이를 주장하는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시간에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을 주장했던 홉스의 주장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홉스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만든다
홉스의 아버지는 그 시절에도 찢여 지게 가난한 이름 없는 목사였습니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홉스의 아버지는 성격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토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사람들과 트럼프 놀이와 같은 카드게임을 하고, 다음 날 설교단 위에서는 꼬박꼬박 졸다가 잠결에 엉뚱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신도들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다른 동료 목사와 크게 싸운 일로 교단에서 쫓겨난 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에게 버려진 홉스의 어머니와 홉스를 포함한 자식 셋은 그전보다 더 가난함에 속해 살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홈스는 또래와는 달리 유달리 눈에 띄는 재주가 뛰어난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4세 때에는 이미 글을 읽고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쓸 줄도 알았고, 겨우 6세 때에 이르러서는 그리스어와 라틴어까지 익혔다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영득함은 계속되어 무려 15세 때에 영국의 명문 대학으로 유명한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홉스는 갈릴레이의 수학적 연구 방법을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이 방법을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 이론 연구에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윤리학과 정치 이론을 연구할 때 신학적 관점을 배제하고 경험에만 의존했습니다. 홉스는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람은 먹고사는 데 만족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물질을 얻고자 한 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는 모든 인간이 이기적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되어 버린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홉스의 견해는 인간이 본래 천국과 같은 상태를 누리다가 추방되었다는 성경의 내용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그가 스콜라 철학을 심하게 비관했고 무신론자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닙니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서는 힘센 자만이 살아남습니다.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막기 위해 인간은 법을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이 지켜지려면 각 개인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국가 권력이지요. 국가는 합의된 법에 따라 경찰과 검찰, 법원, 교도소를 만들어 법을 어기는 자들을 처벌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하다
홉스는 국가 권력을 지나치게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성경에 전해 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 이야기를 국가에 빚대어 책의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리바이어던은 이 땅에서 가장 크고 강한 동물입니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국가를 생겨나고 사라지는 유기체로 보고 이 괴물에 비유했지요. 그는 무엇이 정당한지를 결정하는 것도 국가이고, 무엇이 부당한지를 판단하는 것도 국가라고 했습니다. 국가가 허용하는 것이 정의요, 금지하는 것은 불의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국가의 허락을 받은 것은 종교고 그렇지 못한 것은 미신이라고 주장합니다. 인륜 또한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사회 공동체 안에서 규정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홈스는 군주제를 최선의 정부 형태로 보았지만 공리주의적 견해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당파의 의심을 샀습니다. 홈스는 공화주의자나 왕당파,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고독과 피해 의식으로 고통스럽게 살던 그는 91세 때 답답하고도 기나 긴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토막상식, 돈키호테형
얼마 전에는 햄릿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햄릿형과 짝을 이루는 돈키호테형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돈키호테형은 현실을 무시하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공상가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늙은 귀족입니다. 밤낮으로 기사도 이야기를 읽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돈키호테는 상상 속에서 기사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녹슨 갑옷을 입고 로시난테라는 볼품없는 말을 타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웃에 사는 농부의 딸을 자신이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하는 공주로 대하는가 하면 길을 가다 들른 여관을 성으로, 여관 주인을 성주로 착각합니다. 그의 정신 나간 행동을 견디다 못한 여관 주인이 그를 정식 기사로 임명해 주자 매우 기뻐하기까지 하기까지 합니다. 고향에 돌아온 돈키호테는 어수룩한 농부인 산초 판사를 꾀어내 하인으로 삼아 다시 길을 떠납니다. 도중에 풍차를 거인이 둔갑한 것으로 착각해 싸우려다 크게 다치는가 하면 수도사들에게 공주를 납치해 간 마법사라며 싸움을 걸기도 합니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돈키호테는 한 달이 채 안 되어 또 길을 떠납니다. 이번에는 물레방아를 성으로 착각하고 사자와 싸우기도 합니다. 돈키호테는 죽기 전에야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비석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말라 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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