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영웅 아킬레우스 조차 거북을 따라잡지 못한다?
제논은 파르메니테스의 제자입니다. 그는 스승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변증법을 사용하면서 '아킬레우스와 거북의 경주'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드니에 나오는 그리스의 영웅입니다.
제논은 건장한 아킬레우스와 느림보의 대평사인 거북이 경주를 하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당연 허 아킬레우스가 단숨에 거북을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논은 거북이 먼저 출발했다면 아킬레우스는 결코 거북이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거북이 아킬레우스보다 10m 앞에서 출발할 경우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먼저 거북이 있는 지점까지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거북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다시 아킬레우스가 거북이 있는 지점까지 가면 그 순간에 다시 거북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면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결코 완전히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해도 말이지요.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 있다.", "우리의 걸음은 불가능하다."라고도 주장했어요.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그의 주장에는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사물이 생겨난다는 것을 부인하고 존재에만 집착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만물은 종자로부터 태어난다
지금까지 살펴본 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이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후기의 자연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자를 일원론적 자연 철학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다원론적 자연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아낙사고라스는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해 빛을 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신으로 떠받들던 배양을 '불타는 돌덩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만불의 근원을 종자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종자로부터 생겨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포도씨로부터 포도나무가 싹을 태우고, 소의 종자로부터 송아지가 태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볍씨와 보리씨가 서로 다르듯, 종자란 질적으로 서로 다른 아주 작은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 성질이 다른 많은 사물이 있듯이 그것들을 생겨나게 한 종자 또한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아낙사고라스는 이 종자를 움직여 생성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을 "누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물질적인 것만으로는 세계의 운동과 이 변화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원동자, 즉 세계를 최초로 움직이게 한 것으로서 비물질적인 것, 즉 정신적인 원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일찍이 탈레스는 자석이 철조각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속에 혼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탈레스의 아이디어를 넓혀 정신으로 말미암아 모든 운동이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육체가 아닌 정신에 의해 인간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세계를 움직이는 정신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누스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아낙사고라스의 주장을 시작으로 철학에 사유하는 정신의 원리가 등장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낙사고라스를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엠페도클레스의 주장, 물, 불, 공기, 흙이 만물의 근원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시칠리아 섬의 남서부에 있던 아크라가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대 도시인 아크라가스는 지금의 아그리젠토지 입니다. 그는 철학뿐만 아니라 종교, 정치, 의학, 시 문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마술이나 신비한 의술 등을 보여 준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조금 믿기 어렵지만, 이미 숨이 멈춘 여인의 생명을 30일 동안 유지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정치적 이유로 고향에서 추방당한 그는 에트나산의 분화구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발 한 짝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자신을 신격화하려는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엠페도클레스가 마차에서 떨어져 허벅지 때가 부러져서 죽은 뒤 시칠리아 섬에 묻혔다고도 합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여러 학설을 취해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흔히 절충주의자라고 불립니다. 그는 만물이 물, 불, 공기, 흙의 네 원소로 이루어진다고 보고 이것들을 만물의 뿌리라고 불렀습니다. 네 원소가 다양한 비율로 섞이고 나뉘면서 수많은 자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네 원소를 섞거나 나누는 힘은 무엇일까요? 엠페도클레스에 따르면 '사랑과 마음'입니다. 두 힘 가운데 어느 쪽이 강한가에 따라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랑의 기운이 강하면 완전하고 축복된 형태로 생겨나고 발전합니다. 반대로 미움의 기운이 뻗치면 쪼개지거나 흩어지고 뒤떨어지거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사랑하면 화목하게 어울리지만 서로 미워하면 싸우고 갈라서고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살리고, 미움은 모든 것을 죽게 만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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